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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미항에는 엄마가 있다
40여 년 전 쉬미항에 닻을 내린 강의만(79) 씨와 김옥순(74) 씨 부부.
옥순 씨는 선술집도 하고 고기도 잡아 장에 팔며 억척스럽게 살아왔다.
그렇게 해서 키워낸 육 남매가 저마다 자리 잡고 살았는데 8년 전 하나밖에 없는 아들 강수범(39) 씨가 돌아왔다.
엄마의 선술집 자리에 식당을 차린 수범 씨
[식당정보]
<속삭이는 바다>
061-543-7500
전남 진도군 진도읍 서부해안로 410(산월리 631-12
엄마는 그런 아들을 돕고 싶어 새벽 4시면 일어나 장사 준비를 하고 아들 곁을 맴돌며 게장에, 전복장에 된장까지 담근다.
옥순 씨에게 수범 씨는 ‘금쪽같은 막내아들’이자 아픈 손가락이기 때문
옥순 씨는 결혼한 이듬해에 맏딸 선아(51) 씨를 시작으로 줄줄이 딸을 다섯을 낳고, 오기로 아들 수범 씨를 낳았다.
그런데 보기만 해도 아까운 막내아들이 열아홉에 오토바이 사고를 당했다.
수범 씨는 오른팔의 신경이 세 개나 끊어져 일 년 동안 병원 신세를 졌으나 의사도 독하다고 할 정도로 재활에 힘을 써 일상생활이 가능해졌다.
그 이후로 수범 씨는 상경해 양식 요리사와 바리스타가 되었는데 어쩐지 쉽게 제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래서 보다 못한 큰누나, 막내 남동생을 쉬미항으로 불렀다.
그렇게 어머니의 바다로 내려온 수범 씨는 도시가 그리웠다.
불빛이 보고 싶은 밤이면 홀로 목포 시내로 탈출했던 수범 씨.
그런 수범 씨를 엄마와 큰누나는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도와줄 테니 양식집 대신 한식집을 열자”라며 수범 씨를 설득했고 두 여인의 도움 속에 수범 씨는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평생을 자식들 잘 되기만을 바라며 살아온 옥순 씨 그녀에게도 화양연화가 있었을까.
다정한 말 건넨 적 없는 무뚝뚝한 남편과 청춘을 바쳐 육 남매를 키워냈으나 먹고 사는 게 바빠 결혼 50주년 기념일도 지나쳐버렸다. 반백 년을 자식들을 위해 산 어머니, 육 남매는 금혼식을 준비하는데….
부모님을 위해서라면 열 일 제치고 달려오는 딸들과 어머니의 바다에 닻을 내린 수범 씨가 있기에 옥순 씨의 마음은 바다보다 풍족하다.
누구나 지친 마음 쉬어가는 작은 항구, 쉬미항에는 엄마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