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도혜씨 양대파가 뭐예요?
세상에 이런 가훈이 있을까, ‘꿈꾸면 피곤해진다!’
그 피곤한 꿈을 꾸는 스물다섯 농부가 있다.
충청남도 예산에서 양대파 농사를 짓고 있는 김도혜 씨.
한국과 미국에서 ‘양대파 재배기술’ 특허를 받은, 그야말로 ‘양대파 창시자’.
그녀가 운명처럼 양대파를 만나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때는 중학교 3학년 시절, 경호원을 꿈꾸던 소녀는 공부도 잘하고 부모님 농사도 열심히 도와드리던 속 깊은 장녀였다.
부모님이 농사지은 양파가 버려지는 게 안타까워서 양파에서 난 싹을 잘라, 막내동생에게 떡국을 해 줬던 도혜 씨.
파라면 질색하는 동생이 젓가락을 휘적거리면서 양파 싹만 골라 먹었단다.
모양은 대파, 맛은 달달한 양파 그대로 ‘양대파’라 이름짓고, 채소 공부를 하고 싶어 한국농수산대학교에 진학했다.
도혜 씨가 본격적인 양대파 농사를 지은 지 3년째.
양파 농가에서 못 파는 양파를 양대파로 기를 수 있어서 그야말로 일거양득.
타 지역 농부 어르신들도 도혜 씨에게 재배기술을 배우고 있으니 스물다섯 어린 농부의 어깨가 책임감으로 무거운데...
양대파가 썩었다는 전화라도 오면 도혜 씬 가슴이 철렁, 부랴부랴 달려간다.
작년 봄엔 판로가 없어서 애써 기른 양대파 밭을 갈아엎은 쓰디쓴 경험도 했었다.
그래서 더 전문 공부에 매달리고, 생산부터 판로까지 만반의 준비를 했다는데.
도혜 씨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농부 부모님, 김동유(51), 김나연(51) 씨.
“꿈꾸면 피곤해진다”고 했던 농부 아빠 동유 씨는 유기농을 꿈꿨지만 지역에 산업단지가 들어와, 모두 물거품이 되었던 아픈 기억이 있다.
그 곁에서 함께 좌절했던 엄마 나연 씨도 딸이 농부가 되는 것을 반대했지만 이제는 ‘양대파’라는 딸의 꿈을 함께 꾸고 있다.
개성 만점 도은(20), 도현(15), 대현(11) 동생들까지 모이면 이름하여 양대파 패밀리~
투덜투덜 볼멘소리는 좀 나와도, 손발 척척 맞는 여섯 일꾼 완성.
흥 많은 자매들이 ‘양대파 걸스’로 변신하면, 양대파 밭에는 춤바람이 분다.
아직도 사람들은 묻는다. “도혜 씨, 양대파가 뭐예요?”
그러면 활짝 웃는 스물다섯 농부의 대답.
“양대파는 나의 꿈, 우리 가족의 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