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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동행 233회 엄마의 선생님 수인이

백발마님 2019. 11. 23. 11:40



수인이와 수빈이 자매



수다와 웃음이 끊이지 않는 수인이(11)와 수빈이(9) 자매. 한참 친구들과 어울려 놀 나이지만 학교가 끝나면 곧장 집으로 향한다. 도로 옆을 따라 걸으면 집까지 20분 걸리는 거리지만 자매는 지름길을 두고도 먼 길을 뺑 둘러 한 시간 만에 집으로 온다. 가는 곳곳에 있는 나뭇가지. 자매는 추운 겨울이 오면 화목보일러를 떼야 하기에 지금부터 조금씩 땔감을 주워 나른다. 힘들 법도 하지만 이마저도 자매에겐 재미있는 놀이 중에 하나다. 엄마 없는 집에서 둘이 밥을 챙겨 먹고, 빨래하고, 설거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매에겐 더욱더 중요한 일이 있다. 한글 공부를 하는 것. 자매는 꼭 한글 공부를 시키고 싶은 사람이 있다. 바로 베트남 출신의 엄마다. 엄마가 오면 늘 엄마의 선생님이 되어 한글 공부를 시키는 수인이. 아직도 서툰 한국어 실력에 엄마의 받아쓰기 점수는 20~30점. 하지만 엄마 기를 살려주기 위해 몰래 엄마에게 답을 보여주는 동생을 모른 척 한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우리 엄마



자매의 아버지는 5년 전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 후로 혼자가 된 베트남 출신의 엄마 응웬티엔은 두 딸과 함께 살기 위해 직장 일에 숯 공장 아르바이트까지 쉴 새 없이 일을 하고 있다. 생업에 충실하느라 국적취득을 위한 한국어 공부는 엄두도 못 낸 엄마 응웬티엔. 국적을 따지 못해 불편한 건 둘째 치더라도 한글을 몰라 속이 상한 순간은 늘 존재했다. 아이들의 학교 안내서를 잘 알아볼 수도 없고, 관공서 일을 볼 때마다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하다못해 일을 구하려 해도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일만 할 수 있었는데, 그래도 살아가기 위해 일을 가리지 않았던 엄마. 일이 고된 것보다 힘든 건 퇴근한 엄마의 얼굴을 보고 눈시울 붉히는 첫째 수인이를 보는 것이다. 수인이는 엄마의 고운 얼굴이 숯 칠로 엉망이 된 걸 볼 때마다 안타까워 눈물짓는다.



한 달에 단 한 번, 엄마의 휴일



자매가 가장 기다리는 날이 있다. 한 달에 한 번 엄마가 쉬는 날. 하지만 자매의 기대와는 달리 엄마는 바쁘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집안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겨울을 앞두고 김장을 하기 위해 분주한데... 이를 보던 큰딸 수인이와 둘째 딸 수빈이가 손을 보탠다. 눈물을 찔끔거리며 마늘, 양파 등 재료를 다듬으면서도 엄마 곁을 떠나지 않는 수인이와 수빈이. 엄마와 함께 할 수 있는 잠깐의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다. 자매에겐 꿈이 있다. 엄마가 한글을 좀 더 잘 알아서 보다 쉬운 곳에서 편히 일하고 자매와 평생을 함께 살았으면 하는 꿈이다. 그 꿈을 위해 자매는 오늘도 엄마에게 한글 공부를 시킨다. 엄마 앞에선 당찬 선생님으로 변하는 수인이와 자신의 점수를 엄마에게 나눠주겠다 우기는 수빈이, 열심히 살아가는 와중에도 틈틈이 공부하는 엄마

[KBS동행] 출연자가정 후원안내

 
셋이 매일 공부하다 보면 엄마의 받아쓰기 점수가 100점이 될 날도, 한국 국적을 취득할 날도 올 거라 믿는다.
▲출처 : KBS 동행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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